도서관전쟁의 등장인물들을 보다

우연치 않게 알게 된 후 눈독만 들이다가 드디어 라이트노벨 '도서관전쟁'을 다 읽었다. 정확히는 시리즈의 1권을 완독했는데 읽은 뒤의 감상은 대만족~! 내가 읽은 라이트노벨 중에선 가장 좋았던 작품에 꼽고 싶다. (물론 끝까지 다 읽어보긴 해야겠지만)

근데 한국에선 애니로 더 유명한 듯? 이글루 벨리에서 검색해보니 애니 정보만 잔뜩 뜨던데, 소설부터 본 나로선 덕분에 등장인물들의 생김새를 알 수 있었다. 보통 라이트노벨은 이쁘장한 일러스트가 반드시 들어가 있어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반면, '도서관전쟁'은 특이하게도 책 표지의 장난끼 넘치는 일러스트를 제외하면 삽화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표지에도 주인공들의 실루엣만 그려져 있지 자세한 모습은 없다는 거.


딱 봐도 중앙은 이쿠, 좌측의 아가씨는 시바사키. 뒤의 곰같은(..;) 아저씨가 겐다, 그 우측이 도죠...겠지? 제일 왼쪽이 코마키고 가장 우측은 테즈카로 추측중. 난 애니는 아직 안 봤으므로 100% 확신하진 못하겠다. 

그건 그렇고 이쿠는 소설에서 하도 '미인'인 시바사키와 대조되게 (정확히는 이쿠 본인의 자조가 강하지만) 산머슴처럼 묘사되더만, 그림으로 보니 본인도 충분히 미인이지 않은가. ㅡㅡㅋ 단지 시바사키가 정통적인 외양일 뿐. 도죠도 키 작네 어쩌네 하더니 저 정도면 완전 훈남이고. 역시 주인공 남녀들은 그렇단 말이지...하아..(?)

이상한 낙담과 달리 사실은 애니 그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미지대로 잘 뽑아준 느낌이랄까. 소설을 마저 다 읽고 빨리 애니로 넘어가야겠다. 

"이쪽은 칸토 도서대다! 그쪽 서적은 도서관법 제30조에 근거한 자료수집권과 삼등도서정의 집행권한으로, 도서관법 시행령에 규정된 계획도서로 삼기로 선언한다!"   ...멋져~ + + 솔직히 이쿠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ㅎㅎㅎㅎ 

by 핀투리키오 | 2009/09/19 23:22 | 세계와 교감하기 | 트랙백 | 덧글(5)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다



민주주의는 최근 일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린 말이었다. MB와 일자리 정도가 민주주의와 호각을 겨룰만 할까? 불과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민주주의가 낡은 이념쯤으로 치부되던 것을 생각하면 참 뜻밖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을 과거 독재정권에 견주어 비판한다. 오죽하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또 한 사람의 대통령은 지금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했다.


과연 MB정권은 독재정권이나 다름 없을까?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도왔던 미국의 에드워드 베이커 교수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현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비판했지만 군부독재 당시처럼 고문이 있거나 노태우 정권 시절의 심한 핍박은 없어졌다면서 선을 그었다. 확실히 지금은 갑자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허위자백으로 인해 사형당하는 일은 없다.


반민주적인 것이 곧 독재는 아니란 뜻이다. 그렇다면 MB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낡은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이년도 안 돼 벌어진 두 언어의 간격은 크다. 둘 사이에 새겨져 있는 결들을 보기 위해선 먼저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 세대에게 민주주의는 피상적인 개념이었고 민주화란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였을 따름이란 점이다.


눈앞의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대상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한국민주화운동사'는 실로 요긴한 책이다. 이 책은 약 40년에 걸친 한국 민주화운동을 시기 별로 주요 사건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이란 범주 하에 중요한 사건들을 총망라하면서도 각 사건들의 의미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저자들은 각 사건의 구체적 양상을 설명하되 지나치게 구체적인 자료의 열거나 특정 의견에 치우치는 것을 피하려 노력했다.


책을 읽다보면 민주화운동 안에 광범위한 인물들과 사건들이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화운동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 민주화운동은 한 페이지에 불과했다. 한 쪽 면에는 서슬 퍼런 독재자가, 다른 면에는 거리에서 돌을 던지며 데모하던 대학생들이 그려져 있다. 민주화운동이란 억압적인 독재정권이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민주화운동 세력의 저항에 못이겨 끝내 대통령 직선제를 인정한 과정이다.


분명 간단하게 서술하면 그렇다. 하지만 이 구도만으로 정리하는 것은 한국 민주화운동에 대한 지나친 단순화이며 40년의 진정한 의미를 담아내지도 못한다. 가령 책의 한 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의 한일협정반대투쟁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한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일협정반대투쟁 자체는 낯익은 단어다. 동시에 이 투쟁을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한일협정반대투쟁은 민족주의 대 실리외교 혹은 과거사 정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불합리한 협정 등으로 다가오지 민주화운동이 연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 정리에 실패하고 친일 세력이 해방 후에도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았던 당시, 민주화운동세력 및 많은 국민들에게 민족주의는 민주주의와 동의어에 가까웠다. 그리하여 한일협정반대투쟁은 단순한 민족주의적 감상에 기반한 투쟁을 넘어서서,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대규모 민주화운동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민주화운동의 다양한 결들이 드러남에 따라 민주화운동은 수백, 수천 페이지의 장서로 변한다.


역사란 본래 과거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의미를 부여함은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대상은 박제된 과거에 불과하다. 이제는 상투적인 인용문구처럼 된 카의 유명한 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란 정의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앎으로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현재 한국사회의 생생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년 사이에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바뀐 것도 이해가능하다. 민주화운동은 그저 독재자를 물리치고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투쟁이 아니다. 그것은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며 개인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모든 저항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문이 없더라도 반민주적 억압은 존재할 수 있고, 그곳에 독재정권이 없더라도 민주화운동은 계속 불출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급격한 평가 전환은 새로운 민주화운동을 알리는 출발점인 셈이다.


과거의 사건은,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더 이상 자체적으로 의미를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미래의 사람들을 향한 필사적인 메세지가 남아있다. 다시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민주화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사람들이 남겼던 메아리를 듣기 위해 '한국민주화운동사'를 읽어보자. 우리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서 있음을 감사히 여기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민주화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면서.



보태기 : 현재 '한국민주화운동사'는 1권만이 출간된 상태며, 나머지 2권은 추후 나올 예정이다. 1권은 1952년 부산정치파동부터 유신정권 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by 핀투리키오 | 2009/09/19 22:40 | 세계를 사유하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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