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11일
KGB도 맛있구나

며칠 전 BOQ에서 가진 술자리에 KGB를 모셨었다. KGB는 이제 술을 마셔본 성인들(만일까나;;)이라면 왠만해선 다 알 이름이다. 편의점에서도 코로나, 하이네켄 등과 함께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외국 술이다.
KBG를 마셔본 것은 몇 년 전에 딱 한 번에 불과했다. 그때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난 그냥 과일 맛 술을 기대했는데, 이건 탄산음료의 색깔이 강했다. 본인은 탄산 음료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KGB와도 그 뒤로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전보다 많이 'Open mind'라서, 또 그날의 흐름도 있고 해서 KBG와 함께 하는 것에 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다행히 내 입맛도 KGB를 반겨줬으니 그날의 선택은 성공이었던 셈. 여전히 탄산음료는 싫어하지만 이전에도 이랬나 싶을 정도로 탄산이 약했다. 적당히 단 맛은 역시 이 술의 매력. 끝맛이 써서 한 모금 마신 뒤에는 꼭 안주를 찾아야 하는 다른 술들과는 달리 부담없이 홀짝거릴 수 있었다. 굳이 흠을 잡자면 그래도 탄산이 들어있다고 도중에 트림이 꺼억 꺼억 나온다. 연인과 같이 마시기라도 하는 때에는 주의할 일이다. ;;;;
조금 흥미가 들어서 간단하게 이 술에 대해 알아봤는데, 원산지는 뉴질랜드고 도수는 5도이다. 맥주가 보통 4~4.5도니 약간 세다. 하긴 그날 2병 마시니까 제법 취기가 올라오더라. 레몬, 자몽, 그레이프푸르트 세 가지 맛이 있던데 내가 마셨던 것은 레몬맛.
병을 보면 큼직하게 보드카라고 써있는데 정체는 보드카를 기반으로 한 칵테일 비슷한 술이다. 원래 보드카의 도수는 40도 이상이라니까, 5도에 불과한 KGB는 보드카 약간에 과일주스에 탄산을 섞은 녀석이란 말이다. 이런 술들을 'RTD'(Ready to Drink) 라고 해서 '마시기 쉬운 술' 혹은 '이미 준비된 칵테일'을 지칭한다는데 어느 쪽이 정확한가는 모르겠다. 더 알아보면 되겠지만 귀차니즘의 압박.;; 아무튼 비교적 간편한 방법으로 칵테일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상술의 무서움,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가 또 드러나는 게 원산지가 뉴질랜드인 저 술이 구소련 국가안보위원회의 약자인 'KGB'를 달고 있는 이유는 원료인 보드카가 러시아의 대표적 술이라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 전략이란다. 실제로 광고 카피문도 '혁명에 동참하라'였다나. 큼직하게 달려있는 이쁜(?) 붉은 별도 비슷한 맥락이고.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들이 한데 모여서 마치 '러시아의 정통 보드카를 원료로 한 뛰어난 칵테일'이라는 새로운 이미지의 탄생. 그리고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혹은 부여하는 소비자들. 확실히 자본주의 사회는 의미 부여에 대한 이해 없이는 파악하기 힘들다. 너무 그쪽에 파고들면 '모든 것은 사는 사람들이 가치를 매기고 효용을 얻기 나름이야' 식의 독단적인 관념론으로 가므로 주의해야 하지만.
뭐,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넘겨 두더라도 KGB는 분명 적당히 달고 부담없는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괜찮은 술이다. 조금 비싼 가격 - 편의점 기준 한 병에 3500원 - 과 트림의 역습을 주의한다면 말이다. 아 그리고 약간 흔들어 마시면 KGB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데 지난 번에 마실 때는 몰라서 시험해보지 못했다. 역시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도해봐야겠다.
# by | 2007/03/11 12:34 | 트랙백(3)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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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 갔을때 가끔 즐기는 종류중 하나에요 '-'
저는 술이 센편인지는 몰라도 맥주는 생맥주로도 5~6천정도는 배가 부르지않는한
마시더라구요;;
예전에.. 지금은 군대가있는 친구랑 둘이서 맥주값만 5만원이 나왔는데 안주값은 만2천원..[...]
아아... 저도갑자기 KGB가 먹고싶네요;ㅁ; 탄산음료같은 맥주
저는 탄산음료 매니아라서 이런쪽이 취향인듯;;
그래도 후치는 싫어요 -_ㅠ 뭔가 밍밍하달까 맥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료수같지도 않고;
대중성있는 맛으로 만들다보니 독특한 그 나라특색의 맛이 약한... 쩝쩝
세이밥// 확실히 한국인 입맛에 맞는 부드럽거나 무난한 맛이 대부분이죠. 좀더 개성적이고 강렬한 술들을 즐길려면 바에 가든가 주류전문점에 가야하니까요. 저는 벨기에의 레페란 맥주를 좋아하는데 편의점에서는 거의 구경하기 어렵더군요.ㅜㅜ
NHK에// 음...그러니까 잘못하면 잡혀갑니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