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로망이 실현되다.

그 로망이란 바로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기. 아, 단순히 컴퓨터를 갖고 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만으로는 이미 지난 주에 가능했던 일. 순수 업무용이라면 모를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컴퓨터란 이제 의미가 없다. 지난 주에도 노트북으로 인터넷은 가능했으나 무선 인터넷의 한계로 침대까지 컴퓨터를 들고가면 회선 연결이 끊겼었다. 덕분에 인터넷 창을 열어두고 한쪽에선 음악을 다운 받으며 뒹굴거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노트북을 사고자 했을 때 품었던 로망이 실현된 셈. ㅡㅡv

....이런 일을 가지고 로망 운운 하다니 너도 정말 그릇이 작은 남자구나...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들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몸이 피곤하거나 그저 눕고 싶을 때, 혹은 맘 편히 받아 놓은 애니나 좀 보려 할 때조차 정해진 장소에 앉아서 해야 한다니 너무 불편하잖아? 하루의 끝에서 편안한 잠의 유혹을 느끼며, 한가롭게 컴퓨터를 하다가 자연스레 전원을 끄고 바로 누워서 잘 수 있는 장면을 나는 몇 번이나 그리곤 했다. 그저께 밤에 드디어 그 행복을 만끽하면서 덧붙여 방의 불을 원격으로 끌 수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어째 점점 스스로의 귀차니즘과 게으름을 폭로하는 글이 되고 있군. 그래도 이 노트북을 산 진짜 이유는 어디까지나 군대에서 컴퓨터를 쓰기 위해서다. 정말이다.

아무튼 이 별 볼 일 없는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조금 고생을 했다. 무선이 불가능하다면 유선이다! 라고 외쳤지만 무선 랜의 환상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지난 주 용산에서 랜선 구입을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결국 대구에서 사야만 했는데 다행히도 동기 중에 대구 토박이 형이 있어서 대구 시내에 컴퓨터 상가들이 많은 곳을 알 수 있었다. '교동상가'라는 곳이었는데 그 형은 '시내 중심에 있으니 찾아가기 정말 쉬울 거야'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 시내 중심가가 좀 커야지. 거기에 왜 이리 외곽에 있냐. 나는 잘못된 지하철 출구로 나가기를 몇 번, 다시 길 물어보기를 여러 번 되풀이한 끝에 교동상가를 찾았다. 결정적인 힌트는 닭꼬치를 팔던 아저씨가 주었다. 그냥 물어보기 뭐해서 닭꼬치 하나를 사먹으면서 물어봤는데(이런 소심한 녀석;) 워낙 헤매서 배고팠는지 정말 맛있었다.; 교동상가는 생각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는데 이미 지쳤던 나는 깊게 둘러보지도 않고 가장 먼저 보였던 가게에 들어가 랜선을 구입했다. 나 같이 단순한 녀석 덕분에 장사꾼들은 많은 돈을 벌 거다.

덕분에 가격 비교니 하는 일은 하지도 않았으나, 예상에 비해선 쌌다. 인터넷에서 알아보기론 미터당 1000원이라는데 20M짜리를 7000원에 샀으니. 아니면 그 사이에 가격이 싸쪘나? 20M이면 좀 길지 않을까 싶었으나 집에 와보니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침대까지 끌고 와보니 1미터 남짓 여유가 남더라. 역시 본체에서 너무 멀었다. 조금만 가까웠어도 무선 랜으로 충분했을텐데. 랜선에 덧붙여 노트북의 특성상 데이터만 따로 들고 다닐 일도 있을 듯 해서 내친 김에 USB도 샀다. 다만 문제는 내가 아저씨의 '용량은 얼마나 되는 것을 원하세요?'라는 질문에 '150메가 정도요?'라고 답했다는 것. 그때 당황스러워하는 아저씨의 표정에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었고, 그러고 보니 내가 USB라는 물건을 접한 건 동생이 공짜로 받아온 256M짜리가 유일하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기술의 무서운 발전을 고려할 때 내가 10년 전 물건을 찾았던 것이란 사실을 깨닫기까진 얼마 안 걸렸다. '아하하; 요새 USB 용량이 어떻게 되나요?' 라고 묻자 그제서야 아저씨는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에 안심했는지, '이건 1GB고요, 이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아무래도 1GB면 충분히 대부분의 데이터를 이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싶어서 1GB로 낙찰. 가격은 1만 3천원이었다.


지난 주부터 관련 정보를 알아보고 직접 사러 돌아다니고 다시 설치하고 익숙해지느라 고생했던 노트북. 이제야 좀 적응이 되는 느낌이다. 여전히 WOW는 되지 않고 - 무슨 충돌이야 대체.. - 클럽박스 다운로드 툴이 비스타와 호환이 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서두르지 말자. 어차피 기계 다루는 데는 형편 없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앞으로 몇 년은 같이 살아야 할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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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루과이전을 보러 오랜만에 상암축구장을 찾았다. 결과는.......ㅜㅜ 전반 초반에 밀어붙일 때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적은 기회를 잘 살린 우루과이에게 완패. 우루과이 선수들 골을 넣더니 몸이 풀렸는지 화려한 개인기도 좀 보여줬다. 하지만 후반에는 이미 2:0으로 이기고 있어서인지 우루과이도 조용했고 한국은 답답해서 아쉽게 끝.






 

by 핀투리키오 | 2007/03/25 14:42 | 트랙백(3)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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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불련 at 2007/03/25 16:18
저는 침대에 붙어있는 책상에 컴터가 있어서 데스크탑으로도 누워서 애니본답니다..;;
Commented by 치천사E군 at 2007/03/25 16:31
노트북 침대에 가져가서 옆으로 눞혀놓고 보면......(이게 신급이었던가? ;;;;)
Commented by 홍염의눈동자 at 2007/03/25 22:52
확실히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긴 합니다;
Commented by 세이밥 at 2007/03/26 12:55
와우가 안되신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7/03/27 20:54
불련// 저도 그렇게 하기도 했는데 바로 그런 순간에 상상했습니다. '노트북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고 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에 와서야 생겼지만요.;;

치천사E군// 오호- 꼭 해봐야겠습니다.ㅋㅋㅋ 근데 누워서 하면 역시 누워서 책 읽는 거랑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불편하더군요.-_-ㅋ

홍염의눈동자// 귀차니즘의 인도가 보이지 않습니까? ㅋ

세이밥// 그게.......아무래도 문제는 랜카드나 공유기 뭐 이런 쪽인 듯 한데 와우 기술팀에 전화를 걸어도 '비스타'에 대해선 해결책이 없다길래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아..성기사 열랩중이었는데..ㅜㅜ
Commented by 불련 at 2007/03/28 02:47
비스타는 아직 게임 호환이 안되는고로 XP사용이 낫다고 하더군요...
제가 일하는 겜방에 게임이 아예 안되는 자리가 있길래 나중에보니
비스타 업데이트를 -┏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7/03/28 22:00
확실히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려면, 아니 다른 것만 봐도 아직은 xp가 낳은 것 같습니다. 근데 전 이미 할 수 없죠...-_-;;
Commented by ColdWM at 2007/04/12 17:39
실망이 크다! 낳다 x 낫다 o 이런~ 문과출신이 공돌이보다 맞춤법을 모르면 안되지. 후후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7/04/17 21:04
.............요새 대학에서 하는 신입생 작문 수업 듣고 있냐? 왠만해선 오타는 수정하는데 최근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고.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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