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27일
낙천가의 힘
오늘 드디어 13주 간의 교육을 총망라하는 종합평가가 끝났다. 참으로 재미없던 군대전술. '은하영웅전설'이나 '삼국지'를 보면 전략전술이나 무기체계의 공부가 참 재미있을 법도 하지만, 역시 어떤 것이든지 딱딱한 교과서의 형태를 띠면 재미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현실의 무기체계는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첨단 기술력과 그것의 정확한 운용을 위한 가지가지 딱딱한 규정들의 산더미. 나를 짓누른 교재의 정체다.
그래도 여기서 배운 것이 실제 부대 가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었으므로 '할 건 하자'라는 각오로 벼락치기에 임했다. 하지만 1000 문제 가까운 분량은 하루 이틀로는 택도 없어서 결국 어제 하루를 꼴딱 세고 말았다. 즉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는 거의 42시간 가까이 잠을 못자 피폐한 상태다. 밤을 세워 시험을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공부는 해두었다는 생각에 마음은 가볍다.
시험이 끝나고 이번 주 뒤면 드디어 대구를 떠나기에, 그전에 늘 신세를 지곤 했던 형 한명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훈련 받을 때 이 형과 처음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는 중요한 순간에 몇 번이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받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 운이 이어졌던 것일까. 정말로 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써주는 이 사람 좋은 형이 마침 내가 교육 받고 있는 대구의 부대로 배치 받은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연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인연이 잠시 접히려 하고 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고 나딴에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어서였다.
결과적으로는 그 형이 사준 밥을 먹게 되어 오히려 또 신세를 지고 말았지만, 그보다 놀라웠던 것은 형이 해준 쓰디쓴 충고의 말이었다. '실제 부대 가면 아무도 믿지마라' 라는 말. 부대의 열악한 사정상 막 부임한 2월부터 부대의 운영을 맡게 된 형은 이미 많은 일을 겪은 제법 장교 티가 나고 있었다. 정말 어지간히 고생하고 있나 보다. 야근도 밥 먹듯이 하고 있고 식사도 놓칠 때조차 있단다. 그렇다 해도 그 형이 저렇게 슬픈 말을 할 줄은 몰랐으므로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꽤 놀랐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가볍게 보고 치고 올라오는 아래 사람들. 아래 사람들이란 표현은 이상하지만 군대라는 곳의 특성상 넘어가자. 일에 아무런 열정을 갖지 않은 채 적당무사안일주의로 시간만 떼우고, 그것을 똑같이 요구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일을 만들어서 과도한 업무가 쌓이는 부대의 사정. 그안에서 순수한 열정을 품었던 형은 많이 시달린 듯 보였다. 그러니 절대로 '아, 그렇군요' 라고 따라하지 말란다. 철저히 규정을 익히고 그에 따라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나중에 떳떳하게 따지고 들어갈 수 있다. 등등.
안다. 형의 믿지 말라 라는 말은 회의주의적이고 염세적인 불신이 아니라, 험한 초급장교의 적응기간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고 노력하라는 다정한 충고임을. 그래도 형은 조금 슬퍼 보였고 그것이 가슴 아팠다.
그러나 더 놀라웠던 점은 이토록 울적한 상황에서도 형은 여전히 낙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하면 사람들도 인정해 준다고, 점점 나아지리라 꾹 믿고 있었다. 그래서 슬프게 끝날 수도 있었던 이날 밤은 약간의 훈훈한 감동을 남겨주었다. 역시 이 형은 대단하다. 만나서 아주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낙천적인 태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부정적인 현실을 감추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만 늘어놓느라 바쁜 사람보다는 이쪽이 좋다. 적어도 낙천적인 사람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일어날 힘을 주니까. 물론 그만한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아무쪼록 이 대단한 낙천가의 앞날이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여기서 배운 것이 실제 부대 가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었으므로 '할 건 하자'라는 각오로 벼락치기에 임했다. 하지만 1000 문제 가까운 분량은 하루 이틀로는 택도 없어서 결국 어제 하루를 꼴딱 세고 말았다. 즉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는 거의 42시간 가까이 잠을 못자 피폐한 상태다. 밤을 세워 시험을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공부는 해두었다는 생각에 마음은 가볍다.
시험이 끝나고 이번 주 뒤면 드디어 대구를 떠나기에, 그전에 늘 신세를 지곤 했던 형 한명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훈련 받을 때 이 형과 처음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는 중요한 순간에 몇 번이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받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 운이 이어졌던 것일까. 정말로 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써주는 이 사람 좋은 형이 마침 내가 교육 받고 있는 대구의 부대로 배치 받은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인연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인연이 잠시 접히려 하고 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고 나딴에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어서였다.
결과적으로는 그 형이 사준 밥을 먹게 되어 오히려 또 신세를 지고 말았지만, 그보다 놀라웠던 것은 형이 해준 쓰디쓴 충고의 말이었다. '실제 부대 가면 아무도 믿지마라' 라는 말. 부대의 열악한 사정상 막 부임한 2월부터 부대의 운영을 맡게 된 형은 이미 많은 일을 겪은 제법 장교 티가 나고 있었다. 정말 어지간히 고생하고 있나 보다. 야근도 밥 먹듯이 하고 있고 식사도 놓칠 때조차 있단다. 그렇다 해도 그 형이 저렇게 슬픈 말을 할 줄은 몰랐으므로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꽤 놀랐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가볍게 보고 치고 올라오는 아래 사람들. 아래 사람들이란 표현은 이상하지만 군대라는 곳의 특성상 넘어가자. 일에 아무런 열정을 갖지 않은 채 적당무사안일주의로 시간만 떼우고, 그것을 똑같이 요구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일을 만들어서 과도한 업무가 쌓이는 부대의 사정. 그안에서 순수한 열정을 품었던 형은 많이 시달린 듯 보였다. 그러니 절대로 '아, 그렇군요' 라고 따라하지 말란다. 철저히 규정을 익히고 그에 따라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나중에 떳떳하게 따지고 들어갈 수 있다. 등등.
안다. 형의 믿지 말라 라는 말은 회의주의적이고 염세적인 불신이 아니라, 험한 초급장교의 적응기간에서 자기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고 노력하라는 다정한 충고임을. 그래도 형은 조금 슬퍼 보였고 그것이 가슴 아팠다.
그러나 더 놀라웠던 점은 이토록 울적한 상황에서도 형은 여전히 낙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하면 사람들도 인정해 준다고, 점점 나아지리라 꾹 믿고 있었다. 그래서 슬프게 끝날 수도 있었던 이날 밤은 약간의 훈훈한 감동을 남겨주었다. 역시 이 형은 대단하다. 만나서 아주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낙천적인 태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부정적인 현실을 감추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만 늘어놓느라 바쁜 사람보다는 이쪽이 좋다. 적어도 낙천적인 사람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일어날 힘을 주니까. 물론 그만한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아무쪼록 이 대단한 낙천가의 앞날이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by | 2007/03/27 22:07 | 트랙백 | 덧글(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케세라세라 주의같아요 -_-;
뭐 어떻게든 되겠지.. 될대로 되라~ 라는?;
불련// 케세라세라가 그런 뜻이었군요.;;
아브라카타브라 = 내뜻대로 될지어다. <= 친구들이랑 운동할때 많이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테니스할적에 서브넣을때의 대사 -┏
카르페디엠 = 현실을 즐겨라. <= 요새 아주 문자그대로의 상황이;;;
케세라세라는 될대로 되라 입니다아
라틴어였던것같아요... 로마쪽이었나;
그말인즉슨, '내가 살고있는 지금의 시간을 충실히 하라' 는것같기도 해서요
이왕 살아가는거라면 밝고 활기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