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3일
쇠고기 추가협상이 기만적인 이유
얼마 전 부모님과 쇠고기 문제로 토론 아닌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들이고 중앙일보의 꾸준한 구독자시다. (...) 자연히 이날의 대화도 서로 의견이 달랐다. 그런데 의외로 부모님 앞에서 명쾌하게 쇠고기 문제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사실 직장 일이 요즘 너무 바빠서 복잡한 사실 관계를 공부한 적이 없었다. 결국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문제'와 'SRM 수입 문제'만이 떠올라서 그걸 위주로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럼 30개월 쇠고기만 수입 안 하든가, 해도 소비자들이 안 사면 되지 왜 이리 난리법석이냐' 이렇게 말씀하셨다. 물론 이렇게 해도 반박의 논리는 있지만, 나는 토론을 거기서 멈췄다. 너무 흥분한 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논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뭔가 아닌데..' 란 느낌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측의 합리적 근거가 압도적이다. 끌려가듯 하나하나 반박할 그런 토론거리조차 안 된다. 공격의 주도권은 언제나 촛불에게 있다. 저 조중동이 광고 감소로 궁지에 물릴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 물론 부모님의 경우 가치관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근본적이지만 - 내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한계는 이번 추가협상 소식을 접한 뒤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를 관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그래도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겠군' 하고 안도했던 것이다. 동시에 벌써 촛불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기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은 이번에도 거세게 타올랐고, 나는 역시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이번 6월 21일자 경향신문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여부'나 'SRM 부위 포함 여부'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다. 다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그럼 목적은? 목적은 바로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의 확보이다. 모든 협상 내용은 이것들의 확보 여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규제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다가는 '어, 규제를 강화하네. 그럼 해결된 거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럼 도대체 추가협상의 무엇이 문제이길래 여전히 촛불은 화가 나있나? 경향신문 6월 21일자 4면 기사 중에서 박스에 담긴 내용만 그대로 옮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독소조항 사례'
1.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규제 대폭 완화, 30개월 미만 소의 뇌, 척수 등을 SRM에서 해제
=> 30개월 이하 쇠고기에서 유럽연합(EU)이나 일본처럼 모든 SRM을 제거하도록 해야
2.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발생시 국제수역사무국(OIE) 등급 변경이 있을 때만 수입중단 가능
=> 광우병 추가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 가능하도록 바꿔야
3. 월령 표시 수출검역증명서에 기재의무 생략
=>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수출검역증명서에 표시토록 의무화해야
=> 2006년 수입위생조건에는 의무화되어 있음
=> 민간업자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님
4. 수출 작업장 승인, 90일 이후 미국 정부의 권한으로 이양
=> 한국 정부가 가질 수 있도록 개정돼야
5. 중대한 위반 발생시 해당 작업장의 생산만 일단 중지
=> 작업장 승인 취소, 검역 및 선적중단 이뤄져야
6.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선진회수육(AMR) 수입 허용
=> 수입금지 해야. 미국에서는 학교급식에서 AMR 사용 금지
이상의 6가지 독소조항들이야말로 한국인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주범들이다. 달리 말하면 이 조항들을 놔둔 채 '수출 규제' 운운 하는 것은 본질의 호도이다. 수출증명 프로그램이 실효성이 있는가, 자율규제를 믿을만 한가 등의 논쟁은 이에 비하면 2차적인 것이다. 핵심은 이런 조항들을 놔둔 채로는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며, 그런 기본권들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에게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정도 논리만 갖춰도 '천민민주주의'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 논리문제로 당황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합리성의 확보는 신념을 뒷받침한다. 부당함에 맞서싸울 신념의 근거다. 집회에 나왔던 말대로, '우리의 배후는 우리의 이성'이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그럼 30개월 쇠고기만 수입 안 하든가, 해도 소비자들이 안 사면 되지 왜 이리 난리법석이냐' 이렇게 말씀하셨다. 물론 이렇게 해도 반박의 논리는 있지만, 나는 토론을 거기서 멈췄다. 너무 흥분한 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논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뭔가 아닌데..' 란 느낌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측의 합리적 근거가 압도적이다. 끌려가듯 하나하나 반박할 그런 토론거리조차 안 된다. 공격의 주도권은 언제나 촛불에게 있다. 저 조중동이 광고 감소로 궁지에 물릴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 물론 부모님의 경우 가치관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근본적이지만 - 내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한계는 이번 추가협상 소식을 접한 뒤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를 관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그래도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겠군' 하고 안도했던 것이다. 동시에 벌써 촛불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기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은 이번에도 거세게 타올랐고, 나는 역시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이번 6월 21일자 경향신문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여부'나 'SRM 부위 포함 여부'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다. 다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그럼 목적은? 목적은 바로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의 확보이다. 모든 협상 내용은 이것들의 확보 여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규제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다가는 '어, 규제를 강화하네. 그럼 해결된 거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럼 도대체 추가협상의 무엇이 문제이길래 여전히 촛불은 화가 나있나? 경향신문 6월 21일자 4면 기사 중에서 박스에 담긴 내용만 그대로 옮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독소조항 사례'
1.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규제 대폭 완화, 30개월 미만 소의 뇌, 척수 등을 SRM에서 해제
=> 30개월 이하 쇠고기에서 유럽연합(EU)이나 일본처럼 모든 SRM을 제거하도록 해야
2. 미국에서 광우병 추가 발생시 국제수역사무국(OIE) 등급 변경이 있을 때만 수입중단 가능
=> 광우병 추가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 가능하도록 바꿔야
3. 월령 표시 수출검역증명서에 기재의무 생략
=>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수출검역증명서에 표시토록 의무화해야
=> 2006년 수입위생조건에는 의무화되어 있음
=> 민간업자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님
4. 수출 작업장 승인, 90일 이후 미국 정부의 권한으로 이양
=> 한국 정부가 가질 수 있도록 개정돼야
5. 중대한 위반 발생시 해당 작업장의 생산만 일단 중지
=> 작업장 승인 취소, 검역 및 선적중단 이뤄져야
6.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선진회수육(AMR) 수입 허용
=> 수입금지 해야. 미국에서는 학교급식에서 AMR 사용 금지
이상의 6가지 독소조항들이야말로 한국인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주범들이다. 달리 말하면 이 조항들을 놔둔 채 '수출 규제' 운운 하는 것은 본질의 호도이다. 수출증명 프로그램이 실효성이 있는가, 자율규제를 믿을만 한가 등의 논쟁은 이에 비하면 2차적인 것이다. 핵심은 이런 조항들을 놔둔 채로는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며, 그런 기본권들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에게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정도 논리만 갖춰도 '천민민주주의'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 논리문제로 당황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합리성의 확보는 신념을 뒷받침한다. 부당함에 맞서싸울 신념의 근거다. 집회에 나왔던 말대로, '우리의 배후는 우리의 이성'이기 때문이다.
# by | 2008/06/23 00:33 | 세계에 말을 걸기 | 트랙백(3)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언발에 오줌누기" _ 한미쇠고기..
금일 발표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 발표를 지켜본 느낌은 잘못 끼워진 첫단추를 바로 잡는 것이 이토록 어렵구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었다며 미국에서, 미국 상공인들 ......more
제목 : 고병권의 '촛불정국' 분석 - "추방된 ..
이 글은 저자가 촛불집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6월 19일까지)의 상황을 담론적으로 구성한 글 입니다. 거친 메모 형식의 글이라는 점, 진행 중인 상황 속에 있는 글이라는 점에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블로그 포스트로 쓰기에 분량이 좀 길어서 연재 방식으로 올릴까 고민하기도 하였지만, 연재로 올릴 경우 원문의 호흡이 지나치게 끊어지는 감이 있어 그대로 올립니다.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추방된 자들의 귀환 - 2008년의 촛불시위고병권(연구공......more
제목 : 원숭이도 할 줄 아는 일인데
새로운 구호의 등장 - '우리의 배후는 우리의 이성이다' 그럼 안 똑똑한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할까?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물어보고 들어본 이야기와 웹서핑을 하면서 여론을 훑어본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에 가깝다. 오히려 수입에 찬성하면서 촛불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 중 다수가 나름대로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이라며 자부하고 있더라는 거다. 그들은 美 쇠고기 수입이 FTA에 미칠 영향부터 시작해서 국가 경제에.....more
저도 추가협상이 좀 나아질거란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미봉책에 눈가리고 아웅일뿐이더군요
뒤에서 조심스레 이름바꿔 추진하는 방식이 연이어 계속되니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거 같아요;; 엔초에 소고기역시 적어도 납득할정도의
순차적인 준비와 결정이 있었다면 지금의 이런일은 없을거같은;;
http://www.paikmagongja.org/k_index.html
홈의 글 바로가기에 있습니다.
http://www.sins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