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8일
ARIA 완결 : 고마워요, 행복의 달인들.
"그 시절의 즐거움에 사로잡혀서 지금의 즐거움을 볼 수 없다면 너무 아깝잖아.
'그 때는 즐거웠다'가 아니고 '그 때도 즐거웠다'...여야지."
"응"
"분명 진정한 즐거움이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닐 거야. 아, 하지만 원 포인트 어드바이스.
지금을 '즐겁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이 가장 즐겁다는 뜻이야."
"그러니 언젠가는 변해갈 지금 이 순간을, 이 멋진 시간을 소중히 해야겠지."
'그 때는 즐거웠다'가 아니고 '그 때도 즐거웠다'...여야지."
"응"
"분명 진정한 즐거움이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닐 거야. 아, 하지만 원 포인트 어드바이스.
지금을 '즐겁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이 가장 즐겁다는 뜻이야."
"그러니 언젠가는 변해갈 지금 이 순간을, 이 멋진 시간을 소중히 해야겠지."
...평일 동안은 빚이 잔뜩 쌓인다. 퇴근 후에 갚으려 해봤자 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짤랑짤랑, 촤르륵- 탈칵. 계속 열리고 닫히는 계산대처럼 시간은 나에게 청구서를 준다.
2008년 x월 xx일
취직 공부 -------- 2시간
일본어 공부 ------ 1시간 반
운동 ------------- 1시간
게임 ------------- 2시간
취직 공부 -------- 2시간
일본어 공부 ------ 1시간 반
운동 ------------- 1시간
게임 -------------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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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할 금액 ------ Total 6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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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할 금액 ------ Total 6시간 반.
늘 주말이 되면 빚 갚기가 시작한다. 미뤄두었던 책을 몇 시간에 걸쳐 다 읽었다. 좋아, 책 읽기 6시간은 청구 완료. 일본어 공부를 목표 단원까지 끝냈다. 일본어 공부 4시간도 지불 끝. 친구들과 놀거나 게임 등의 취미를 즐긴다. 여가 생활 쪽으로 쌓여 있던 빚도 다 갚았다. 결산을 해보니 이번 주는 오히려 흑자다. 나는 비로소 만족하며 휴일을 마무리한다.
물론 이것은 일이 아주 잘 풀릴 때이다. 보통 주말 결산은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간단한 계산의 결과다. 5일 동안 쌓인 부채를 이틀만에 갚아라?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게다가 빚에 쫓기는 사람은 시간에도 쫓기는 법이다. 책도 읽어야 하고 일본어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 그러다보니 완전히 빚을 없앤 항목은 많아야 한두 개. 한 주, 두 주, 적자는 늘어만 가고 불안감 역시 커져 간다. 즐겁다가도 끝에 가면 허탈한 휴일의 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한다. 그러면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 조금이라도 가실 것처럼 말이다.
'행복의 달인' 이야기를 드디어 다 봤다. 서두의 대사는 작중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말이다. 사실 저 말은 작품 중간에 이미 나왔던 것이기도 하다. 끝의 장들을 넘기면서 내가 왜 종종 휴일을 개운치 않게 끝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만이 보낼 수 있고 지금이 지나면 사라질 시간들에 가격을 매겼기 때문이다. 겉으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면서도 암암리에는 계산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아무리 좋았던 시간조차 과거의 안 좋았던 시간과 비교 당해야만 했고, 계산에 따라서는 즐거웠던 기억조차 퇴색했던 것이다.
개인이 보냈던 시간은 모두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즐거웠던 기억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리 휴일에 이것저것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해도, 평일에 무언가를 못해서 아쉬웠던 시간은 그대로 남는다. 당시의 감정과 행동은 내 기억에 혹은 육체 어딘가에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그런 시간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아쉬움이 무슨 느낌인지 알려준다. 여유가 있는 휴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다짐하게 만든다. 따라서 청구서라든가 영수증 따위는 내 실수의 결과다. 이제는 폐품으로 보내고 다시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나의 시간은 저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서, 그러나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최고로 즐겁게 보내는 일이다. 그럼 단순히 놀기만 하면 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그런 함정에 안 빠지도록 '즐겁다'란 말의 의미를 확장해야만 한다. 진정으로 즐겁다는 뜻은 '보람있다'란 말과 일치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억지로 가치를 매기지 않아도, 진정 즐거웠던 순간은 무언가를 뒤에 남긴다. 이점이 내가 '행복의 달인'에게 배운 사실이다. '행복의 달인들', 고마워요. 지난 수 년간 즐거웠습니다.
# by | 2008/07/28 18:40 | 세계와 교감하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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