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8월 초에 떠오른 한 가지 착상이 두달 가까이 사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다.

사실 우연히 떠오른 생각은 아니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고민하던 몇 가지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서
그리고 항상 의문이면서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사회학이란 학문에 대해서
최소한의 명확한 정리를 하고 싶었던 욕망은 점점 강해져만 갔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정리의 실마리를 잡았을 때만 해도 그 내용은 몇 페이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영감의 형태로 느낀 것과 논리적인 살을 갖춘 글 쓰기는 완전히 다르다. 그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때로는 살을 붙이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서 최초의 발상을 잊을 뻔 했다.

어째서 수많은 작품들, 특히 시간과 돈을 쏟아부은 작품들이 실패하는지 알 듯 하다. 아마 그것들도 처음에는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거기에 끌려서 다들 시간과 돈을 투자했겠지. 하지만 이미지로 떠오른 것을 구체적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숱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막연히 이어지리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삐그덕거리면 정확히 맞추기까지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압박과 시간의 무자비함에 굴복하여 엉망인 상태임을 알면서도 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씁슬하게 사라져가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거창한 작품을 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ㅡㅡㅋ

단지 나는 조금 긴 자위를 했을 따름이다. 지금 시점에서 답을 내놓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기에. 물론 이 길에 정답 따위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는 필요하다.

그래서 1달 반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블로그도, 책도, 운동, 애니도 팽개치고, 최소한의 만남과 게임만 하면서 고뇌해보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이었다. 최근에 나는 계속 해서

직장에서의 내 두뇌를 이중구조로 나누었다. 하나는 형식적으로 업무를 하는 뇌로, 하나는 필요한 생각을 하는 뇌로.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은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을 때였다. 그때는 내 능력에 회의가 들면서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포기하고픈 생각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완결짓지 않는다면 앞으로 못나가리란 예감이 들었다.

만약 정말 제대로 글을 쓴다면 참고문헌과 관련 서적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깊게 탐독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직장에 사로잡힌 지금의 내 처지론 불가능했기에, 나는 대학 학부 시절에 읽었던 개론서들과 몇 권의 추가 서적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따라서 결과물은 어쩔 수 없이 초라하다. 하긴 논문 따위는 아니니까, 어쩌면 내 사소한 잡글 중 하나일 뿐이니까 이것도 괜찮으리라. 다만 정말 대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다면 이걸로 졸업 논문을 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논문 식으로 가다듬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매우 기분이 좋다. 중요한 것은 최초에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다는 점이다. 오직 그런 순간에만 맛볼 수 있는 충실한 기분과 함께, 1주일 정도는 쉬려고 한다.

마침 건담 더블오 2기도 시작되었고 (응?) 슈로대 Z도 나왔다. 미뤄둔 책들과 만화책은 또 얼마나 많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또 몇인가.

열심히 살면 살 수록 즐거운 일들이 더욱 기다리고 있다. 나는 더 나아질 수 있다.

by 핀투리키오 | 2008/10/06 20:25 | 나의 세계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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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10/07 07: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10/08 22:46
충분히 정신 없어 보이십니다. 쓰러지지만 마세요. ㅡㅜ
제가 보낸 것은 몇 권의 책과 게임 소프트 1개, mp3 기기 하나입니다.

게임 소프트는 그냥 이목 끌기용? 이고(혹시 취향 있는 사람은 싼 값에 사갈지도;;)
mp3 기기도 대단히 구형입니다. 책들은 그럭저럭?

더 좋은 걸 보내고 싶었지만 마땅히 없네요. 아무튼 힘내시길 바랍니다~ 지금 신분이 이렇지만 않아도 좀더 적극적으로 갈 텐데.....쉽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카렌 at 2008/10/10 02:19
아앗 그것이었군요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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