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등장한 사회적 인간의 모습들 : 시작 전에.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이 사실은 의무교육 시절에 배우는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정말 이 상식은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까? 그렇다면 어째서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의 개입은 자유의 억압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가운데 반대자들에 대해서 사회의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모순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법치주의로 환원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이 사회의 유명인사들과 언론에 의해 당연한 듯이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상식에 어긋난다. 재미있게도 사회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던 사람들은 종종 반대자들을 향해 사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국가정체성, 국가경제, 사회통합 등의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자유를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과 모순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공익을 위해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럴 때만 진정으로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때로 치밀한 논리와 사상 속에서 정작 활동하는 개인들의 다양한 모습은 사라진다. 이미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이론가들과 운동가들은 답답해한다. 하지만 사회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주연들과 유리된 순간, 모든 사상과 운동은 고립되고 사라져 갈수 밖에 없다.


오늘도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을 숱한 성공 관련 책들은 말한다. 개인의 정신적 각성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안타깝게도 많은 통계와 일반적인 사실들은 그런 주장이 허구임을 지적한다. 서구 선진국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과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마시멜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전자에게 가능한 마시멜로 모으기는 후자에겐 불가능한 꿈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또 다른 파편적인 수많은 예외들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결정론으로 전락할 것이다. 적어도 여러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에 한해서는 말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것은 명백하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오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수많은 혼란들은 인간과 사회의 관계가 대단히 복잡함을 알려준다. 분명히 인간들의 모든 행위 속에는 사회가 개입해있다. 동시에 사회는 인간들의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고 변해간다. 그런데 인간은 어느 수준에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위험한 단순화를 피하기 위해선, 문제의 복잡함을 인정해야만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 글은 철학과 사회학의 경계에서 문제의 복잡함을 풀 실마리를 찾고자 한 시도다. 철저하게 개인의 수준에서 출발한 근대철학 이후, 근대철학이 낳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했던 철학적 시도들은 인간의 사회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철학자들의 의도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이 과정이야말로 인간과 사회의 복잡다단한 접함점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점일 것이다. 인간의 사회성은 결국 타자들 간의 관계고, 그 관계를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 사회학이다. 철학과 사회학의 경계란 말은 이러한 기본 전제의 맥락에서 쓴 것이다. 전문적인 사회학 이론 이전에, 사회학적 시각 자체가 철학과 더불어 사회적 인간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철학에 대한 이 글의 내용들 역시 기본적인 수준에서 쓴 것이다. 모든 내용은 2차 서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2차 서적들도 입문서나 개론서에 가깝다. 물론 더러는 난해한 책도 있지만, 전문적인 사람들이 보기엔 역시 무난한 수준일 것이다. 관련된 1차 서적들을 더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직장 생활이란 제한은 생각보다 컸다. 무작정 문제를 붙들고 늘어지기 보다는, 일단 기본적인 수준에서라도 결과물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는 데 직접적으로 참고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그린비
2. 철학의 외부, 이진경, 그린비
3. 현상학과 분석철학, 박이문, 지와 사랑
4. 20세기 프랑스 철학, 에릭 메슈스, 동문선
5. 현대철학산책, 황원권, 백산서당
6. 학벌사회 - 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김상봉, 한길사
7. 사회학에의 초대, 피터 버거, 문예출판사
8. 사회학이론의 형성, 터너/버글리/파워스, 일신사
9. 사회사상사, 루이스 코저, 시그마프레스


어떤 의미에선 여러 철학과 사회학 책들을 읽고 쓴 감상문이기도 하기에, 앞으로 이 글은 모두 도서 벨리로 올린다. 참고 서적들에 대한 간략한 리뷰도 할 계획이다. 글에는 종종 위의 책들에서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주석까지 달 필요는 못느끼기에 생략했다. 물론 그에 대한 질문이 있다면 언제든지 답할 수 있다.

by 핀투리키오 | 2008/11/11 23:04 | 세계를 사유하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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