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B와 한나라당도 애국자들이다.

지난 주에 직장 상사 및 선배들과 회식을 하는데 우연히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나라 꼴이 엉망이다 보니 자연히 우리의 2MB는 또 다시 까이는 분위기. 하지만 원래 정치적으론 보수적이거나 무관심한 분위기였던 사람들이었으므로, 그냥 현재 좀 잘못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사람들한테조차 까일 정도로 2MB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우리 상사께선 사실 대운하를 지지하셨다고 한다. 서울시장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추진해서 뭔가 결과물만 나오면 사람들은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역시 나오는 이야기는 청계천과 버스 운용 시스템. 사람들이 2MB를 뽑은 이유를 명확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결과만 호전된다면 한나라당과 2MB는 다시 인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도 촛불이 새겨놓았던 기억을 사람들은 간직할 수 있을까? 촛불은 무엇보다도 2MB와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등 자칭 보수 세력의 본색을 드러내 보였다.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시경제지표의 호전만으로 그들을 지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모순적인 사회적 사실들을 하나로 이해하는 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우리 상사는 말하길, 사실 2MB라고 해서 자기 이익 때문에 국가를 망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거다. 최고지도자에 오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업적을 남겨서 좋은 지도자로 인정 받고 싶을 것이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어리석을 리가 없다.

상사의 이야기에도 일리는 있다. 분명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강하고,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 욕망은 강하다. 그런데 공익에 대립되는 사익의 추구와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은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개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종부세 무력화, 각종 언론 통제 및 장악을 위한 조치들. 이런 것들의 추진 결과 복지예산과 지방재정부터 삭감되고 사회적 안전망은 더욱 악화되며 약자들을 대변할 언론은 움츠러들었다. 이 지표들은 너무나 명확해서 조금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최고지도자들이 이것들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일일이 이 모순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은 자신들의 정책과 법안이 진정으로 이 사회의 공익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뿐이다. 아마 이편이 그들을 이해하는데 더 적절하지 않을까? 그들은 자신부터 특권층이고, 특권층을 위한 각종 정책과 법안 추진으로부터 얻는 이익들을 생각하며 흐뭇해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칭 보수 세력들은 자신들의 일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라고 믿는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만 해도 두 가지 측면은 서로 모순이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고 학살을 용인했던 사람이 가정에 돌아가면 자상한 부모로서 행동할 수 있다. 예술은 흔히 인간영혼의 자유와 사랑을 그린다고 하지만, 히틀러가 예술을 사랑한 것 역시 유명한 사실이다. 많은 종교가 검소함과 자비와 박애정신을 말하지만, 동시에 종교의 이름으로 탐욕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일도 가능하다.

인간은 교활하게도 - 사실은 자신의 이런 사고와 행동이 교활한지 눈치도 못채면서 -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때와 장소에 맞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사회에 적응하면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 안에 상이한 규칙들의 체계가 혼재해 있음을 자연히 터득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사회를 만들어가지만, 그가 사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도구들은 기존의 사회적 규칙들로부터 차용한 것들이다. 올바른 사람은 불연속적인 모순 앞에서 고뇌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하지만 탐욕에 삼켜진 인간은 얼마든지 불연속적인 자기 안의 모순을 편리하게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나라의 최고지도자들이 모순된 사고와 행동을 자연스럽게 동시에 하는 일은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결합에 정말 허점이 없는지 살피는 일이다. 위정자들이 외치고 추진하는 일들이 정말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느냐를 따지고, 그에 따라 민주주의 체제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의 권리 행사가 자신들의 이익과 충돌하는 순간, 특권층은 신속하게 배제와 탄압을 시도한다. 이 순간이야말로 특권층의 기만적인 이중사고가 명확하게 하나의 행위로 바뀌는 때다. 따라서 저항은 의식의 각성과 함께 언제나 물리적 충돌을 동반한다. 하지만 각성과 운동 이전에, 보통 사람들 스스로 이중사고에 빠져있다면 타당한 권리 행사는 요원하다. 아무렴 2MB와 한나라당도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들을 이렇게 키운 요람이 대한민국인데 말이다.

by 핀투리키오 | 2008/11/23 17:55 | 세계에 말을 걸기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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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11/23 20:07
일단 강만수는 자신의 정책이 경제발전의 유일한 수단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거 같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나 지나 있다는거죠. 그 정책이 먹혔던 시점에서.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11/23 22:15
강만수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대체로 그렇더군요. 고집 부리는 모습으로 봐선 역시 사람이 자신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 듯합니다. 2MB노믹스의 최선의 정책 브레인이 강만수일 필요는 없을 텐데....정말로 강만수와 2MB는 베스트 프랜드? ㅡㅡ;
Commented by 무곡 at 2008/11/23 20:15
70년대정도에 써먹었다면 괜찮은 정책일지도 모르죠. 뭐, 사실 애국을 가지고 논한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될 수 있습니다. 친일파들도 자기나라를 일본한테 팔아먹어야만이 조국과 민족이 번영할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지만원씨도 그렇게 생각할꺼구요.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11/23 22:20
그렇기에 애국이나 민족 등의 추상적인 전체를 내세우는 이야기를 조심해야죠. 언제나 그 안에는 특수한 가치관이나 당파적 이익 추구가 담겨있으니까요. 그건 어떤 이야기나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당파성이 공익 혹은 공공성을 파괴할 때...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친일도 애국이었다', '민족주의도 파시즘이다' 등의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기 십상입니다. = =
Commented by 어보미네이션 at 2008/11/23 20:26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보면 지금 독재자혹은 인격 파탄자로 낙인찍힌 네로나 칼리굴라 황제 조차도 모두다 잘못한건 아니라는 식의 내용이 나옵니다. 그녀의 연구 결과나 혹은 여러 주변정황으로 그런 독재자들도 잘한게 있음을 보여 주지요.

소위 지금 독재자로 낙인찍힌 그들이 한것들도 다 '잘해보자'고 한거라는 거지요.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오사카에서 태어났어도 대한민국 국민이자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의 자리에 올랐다면 그가하는 모든 행동은 그야말로 '잘해보자'고 한것이 대부분 일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리가 '잘해보자'고 했다고 다 용서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겁니다.


최소한 수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할때 다 따르진 못할지언정 듣는 시늉이라도 하고 한번 더 생각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이미 늦은거 같습니다만............

큰 바람이 불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만은 거기에 휘말려 날아가버리지만 말았으면 하네요.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11/23 22:23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초여름에 국민들 보면서 반성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경제 위기가 폭풍처럼 다가오고 있는데 종부세 무력화에 전념하는 모습에 황당했습니다. 작은 집회 하나하나에는 경제 위기를 생각 안 한다며 엄포를 놓는데, 이것도 다 '잘해보자'겠죠. 아무튼 날라가지 않게 조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Commented by jackass at 2008/11/23 20:43
too late, hellgate is 올레디.ㄲㄲ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11/23 22:24
지옥문이 열릴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그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고 다음 번에는 이번 일이 큰 교훈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ㅡㅜ
Commented by 청야적월 at 2008/11/24 07:22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Winter Is Coming

해야할 일은 긴 겨울을 대비하는 수 밖에 없네요.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11/24 23:38
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겨울이 오지 않도록, 봄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기간이기도 하지요. 모두 이 악물어야 할 시기 같습니다. -_-
Commented by at 2009/05/03 15:57
외고학생인데요 자기 아버지가 국정원에 다니시고 4개국어를 할 줄 아시며 자기 또한 외고를 다니며 자신의 형제도 모두 특목고, 집안의 대부분이 SKY 그리고 Ivy League를 다니는 학생이
자신을 서민이라 칭하더군요..
2MB씨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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