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7일
갑자기 원피스가 보고 싶어질 때

여전히 인기 높은 원피스. 하지만 떨어져 나간 팬들도 많다.
이유야 초장기 연재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매 번 비슷한 패턴에 질렸어 '
'루피? 그는 해적왕이 목표였지. 근데 지금은....아무 거나 상관없나 봐~'
'도대체 원피스는 어디 있냐?'
...어느 순간부터 스토리가 중심으로 가지 못하고 빙빙 돈다. 강적이 나오고 쓰러뜨리고
강적이 나오고 쓰러뜨리고....그 과정에서 아주 조금씩 밝혀지는 비밀들. 하지만 핵심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긴장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한 권 두 권 미뤄서 보고
마침내 손을 놓아버리는 거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아마 워낙 원피스가 오래 연재한 탓도 있을 것이다. 소년이나 청소년이었던 초기의 독자층은
이제 슬슬 머리가 커져서 단순한 이야기에 유치함을 느낄 법도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루미코나 아다치 미츠루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감탄하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두르고
야자와 아이의 인생 극장에 푹 빠지면서
원피스나 나루토 등과 담을 쌓았었다. 드래곤볼에 열광하던 시절은 추억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문득 원피스가 다시 보고 싶다.
그리 길지 않은 사회생활, 하지만 나름 조직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지내며 절실히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사회에서 '대범하게' 살기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란 스스로의 능력으로 타인들에게 인정받아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사회다.
속세고 정글이고 사람 사는 한복판이다.
책임과 의무, 권리와 돈이 인간관계와 함께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하면
그 거미줄에서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는 작은 위세와 권력 안에 갇혀서 자기 말이 전부인 양 살아가고
그러면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버둥거린다.
그렇게 몇몇은 수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또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좋으나 싫으나 파묻혀 살아가야 하고
또는 이미 익힌 기술이 한 방면 뿐이라 어쩔 수 없이 현재 분야에 목을 맨다.
어떤 감정으로 대하든 한 사회에서의 삶의 방식에 몸이 적응하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려 한다.
사회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시각은 종종 인간을 조종당하는 기계로 본다고 비판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매트릭스는 무섭다. 특히 한국에선 대학교와 이후 잡는 첫 직장이
그 뒤의 삶의 방향을 거의 고정시킨다.
자기가 자리잡은 곳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래도 아쉽다. 작은 세계에 갇히면
어느 새 너무 작은 문제로 싸우고 더 큰 세계는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모두 젊었을 때는
더 많은 꿈을 꾸었을 텐데.
그래서 문득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뜬구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해적들이 그리워졌다.
그들이 해적인지 아닌지는 상관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 손해가 될지 이익이 될지 따지기 전에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 당장 돛을 올릴 수 있는 대범함이요 용기다.
남들이 터무니없다고 비웃어도 스스로에게 소중한 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것.
로망이란 느낌을 이렇게 멋지게, 굵직굵직한 선으로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쓰라림도, 슬픔도 모두 짊어져도 좋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세계를 질주하고 싶다.
좁은 세계에서 몸부림치며 잊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 by | 2009/06/17 23:16 | 세계와 교감하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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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상을 좀 더 겪기전에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으니까요. 모르잖아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근데 알고 나면 쉽게 안되더라구요. 쉽게 안되서 말을 못하게 된건, 그걸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는 말과도 같을테니까.
가서 아쉽긴했죠 저도 그 강캐만나서 레벨업만 한다는 느낌이 크로커다일편 이후에 강하게
느껴졌는데 작가가 갑자기 위기를 느꼈는지 마지막쯤 나와야할 스토리를 갑자기 꺼내들어
상당히 흡족해하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