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공부의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좋아하는 작품을 원어로 이해할 수 있을 때다.
특히 단순히 뜻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어만의 맛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뿌듯하다.

가령 타카하시 루미코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을
종종 사용하는데...

어제 본 '메존일각' 일본판 6권에서 이런 대화가 나왔다.

요츠야 : "ご安心ください 館理人さん. この子の面倒は 私がみますから."
교코 : "面倒 起こさないでくださいよ, 四谷さん."

대략 의역하자면

요츠야 : "안심하시길, 교코씨. 이 아이는 제가 잘 돌볼테니까요."
교코 : "폐나 끼치지 말아주세요, 요츠야씨."

이 정도? 물론 정확성은 장담 못한다.ㅎㅎ;
그래도 이렇게만 해도 뜻은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다.

재미있는 부분은 面倒란 단어. 이 단어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누군가를 돌봄'이고 다른 하나는 '귀찮음, 번거로움, 폐' 이다.

이걸 이용해서 요츠야가 말할 때는 전자의 뜻으로, 교코가 답할 때는 후자의 뜻으로 쓴 셈이다.
그냥 의역해서 이해해도 상관없지만, 역시 원어 그대로 읽을 때
소소한 재미가 배가된다. 해당 장면에 작가가 담아둔 위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사전을 옆에 끼고 봐야 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단어 하나하나 다 찾지 않아도
왠만큼은 이해가 간다. 적어도 극소수의 아는 한자와 몇몇 히라가나를 제외하면
일본어가 지렁이처럼 보였던 수준은 넘어섰다.

조금만 더 가다듬어서 기초를 확실히 잡아두고 싶다. 그뒤로는 틈틈이 공부하거나
일본어 작품을 통해서 보강해나가면 될 것이다.

일단 '메존일각'을 일본어판으로 3권 정도 읽는 것이 남은 목표다. 그쯤 하면 기본적인
독해 실력은 잡히지 않을까? 물론 문법책과 어휘, 작문 교과서도 보충해서 공부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역시 교재를 달달 외울 때보다, 좋아하는 분야를 접하면서 공부하는 편이
즐겁고 효과도 좋다. 단, 처음부터 원어를 보기엔 너무 힘들어서 빙빙 돌아서 왔는데
조금씩 읽을 수 있으니까 할 맛이 난다.ㅋㅋ

아, 그리고 예상했던대로인데 '메존일각'은 일본어 공부하기에 상당히 좋다.
흔히 만화책이나 애니는 현실생활과 동떨어진 측면이 많다고 해서 비추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작품은 진짜 일본 만화 중에선 드물게 철저히 일본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메존일각'에는 러브코미디란 장르적 재미 이상의 매력이 가득하다.
루미코 여사께서 언제 또 이런 작품 안 내주려나...
이 작품을 한국어판으로 보기 힘들다는 현실이 슬플 따름이다. 

                                                          일각관, 그 정겨운 풍경...

by 핀투리키오 | 2009/08/31 23:09 | 세계와 교감하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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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누들 at 2009/09/01 07:07
원판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아무래도 그 나라 언어 특유의 뉘앙스나 개그를 알 수 있겠군요..

저도 일본어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독학하려고 시도만 했었터라 부럽습니다..ㅠ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9/09/01 23:37
저 역시 수 년간 수박 겉핥기에서 못벗어났죠. 이제야 조금 나아진 정도?
생각보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고....무엇보다 자신의 게으름이...ㅜㅜ

이왕 시작한 거 어느 정도 수준은 달성하자는 마음에 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광대 at 2009/09/01 11:26
아 처박아뒀던 원서를 다시볼때가 온듯...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9/09/01 23:38
원서가 많으신가 보군요. 전 원서로 소장한 만화책은 메존일각 뿐이라...ㅎ
아 그렇다는 건 일본어도 잘 하신다는 뜻? + +
Commented by 광대 at 2009/09/01 23:52
음음 오렌지로드랑 메존일각 결계사랑 잡다하게 이것저것있군요 -ㅁ-;;

걍 어느정도 읽는수준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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