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경제성장

중산층 붕괴가 코앞이라는데 언제까지 숫자만 쫓으려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216090638&section=02


계속 해서 불길한 예언처럼 나오던 '한국 중산층 붕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처럼 중산층의 붕괴와 함께 사회 계층 간의 선순환의 고리가 사라지면서 극단적인 빈부격차, 생기를 잃은 사회로 갈 수도 있다는 많은 경고들. 굳이 위 링크 기사를 쓴 우석훈의 논조를 빌리지 않더라도 그런 경고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세계 대공황 이래 최악인(일 것이라는) 세계 경제 위기에 (아, 정말 역사책으로만 접하던 그런 Level의 일이다. 기뻐해야 하나?) 현 정권의 정책이 겹쳐지면서 경고는 현실로 변하고 있다.


모종의 이유로 생계전선에서 한 발 비껴 있는 나조차 느낄만큼 안정적인 미래로 가는 길이 급속도로 닫히고 있다.


이것을 지금의 정부는 경제 성장만 끌어올리면 만사 ok란 식이다. 확실히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중산층 붕괴가 단순히 경제 위기 때문일까?

며칠 전에 우연히 본 중앙일보 기사에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봤다. 그 기사 표제가 아마 '(미분양 주택을 살 경우) 집 10채를 사도 1채를 가진 것과 같은 효과' 였다. 양도세 등 각종 투기 방지책을 해체하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이게 현 정부의 경제 문제 해결 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참 기가 차는 것이 결국 실질적으로 누가 얼마나 집을 갖느냐는 뒷전이다. 그저 쌓여있는 미분양 아파트들의 숫자 - 외형적인 숫자. 성장률과 다름 없는! - 만 줄면 그만이다.


정작 투기 욕망과 맞물려 지어진 그 거대한 중대형 아파트들을 살 여력이 지금 서민들에겐 없는데
(우리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 강조하고 사랑하는 서민들에겐 말이다)
5년 뒤를 보고 헐값(?!!!)에 집 10채 씩 살 수 있는 강부자들이 지갑을 열면, 그리 되면 겉으로는 미분양 아파트도 줄고 부동산 경기도 살아날 듯 싶다. 다만 좋아하는 것은 특혜를 누리는 집부자와 끔찍한 애물단지들을 덜어서 한 숨을 내쉴 건설회사 뿐이다.


돈을 쫓는 회사들이 그리 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정부라도 무주택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집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잠 자리를 마련한 서민들이 비로소 지갑을 열어 동네 가계에서 간단한 외식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이게 자영업을 살리는 길이 아니고 뭔가...) 용산 참사의 가장 중요한 점은 경찰의 강경 진압 논란이 아니다. 그 전에 무주택자들의 고통이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 지금 중산층에서 몰락하여 신빈곤층이 될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운명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게 큰 문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지겹도록 이야기하는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일자리 질을 따질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일자리 숫자를 늘려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하긴 당장 주린 배를 참으며 길거리로 나앉느니, 6개월이나 1년 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늘리려고 하고 최저임금을 낮추려 한다.


그렇게 하면 또 일시적인 일자리 숫자는 늘어날지도 모른다. 일단 내일 하루가 문제인 사람들에겐 잠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일용직, 비정규직부터 일자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뉴스는 무슨 의미일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정규직 해고만큼 인건비 절약에 편리한 도구도 없다. 결국 비정규직이나 인턴직을 얻은 사람들은 얼마 안 있어(사실 시작부터) 실업의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그런 비정규직이나 인턴직을 전전하면 무엇이 남는가? 경력? 전문기술? 인맥?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밀려나 30줄로 접어든 미래를 상상하면 누구든 대기업과 각종 고시 합격의 유혹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눈을 낮추라고, 질을 따지지 말라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사회란 인간의 신체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리겠다고 해서, 몸에 해로운 지방과 설탕 범벅인 정크 푸트만 잔뜩 먹인다고 상상해보라. 분명 그 사람은 순식간에 거대한 몸집과 혈색 좋은 얼굴을 가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대해진 몸 속의 지방들은 곧 주인의 건강을 좀먹을 것이다. 혈관은 급속히 노화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따위가 찾아오며, 나쁜 지방들과 함께 자란 숱한 유해 물질들은 언제 암세포로 변할지 모른다. 한번 나쁜 음식으로 비만해진 몸을 다시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쁜 지방들은 자연스럽게 몸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라모델을 고치듯 신체를 개조할 수는 없다.


사회도 똑같다. 비정규직의 급증은 경제 성장률이 낮기 때문이고, 그러니 일시적인 비정규직 급증을 감수해서 경제를 다시 살리기만 하면 비정규직이 싹 사라지고 모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설령 기적처럼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것은 어렵다. 일단 대규모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비정규직을 쉽게 쓰기 위한 각종 제도들이 뒷받침된다면 (이미 그러는 중이다), 대규모의 비정규직 자체가 한국 사회의 곳곳에 얽혀들어가서 고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비정규직 사용으로 쉽게 이익을 얻는 회사들이나, 비정규직의 삶에 익숙해지거나 혹은 탈출구를 못찾는 수많은 사람들, 그로 인해 형성되는 부가적인 소비 양식, 문화 등등이 겹치면 그렇게 된다. 경제가 다시 가파르게 성장한다면 분명 좋은 일자리는 늘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곧 비정규직의 해소는 될 수 없다. 오직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의 과실을 이용할 때만 비정규직은 줄어든다.


역시 당장 눈 앞의 돈에 약한 회사들은 비정규직의 유혹에 약하다. 그럼 정부라도 나서서 경제 회복의 방책에 있어서 비정규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근데 지금 집권 세력은 거꾸로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 숫자만 늘리면 된다고 나서고 있으니 취직 준비자들은 기를 쓰고 눈을 더 높여야지, 별 수 있나. 저들 말 믿고 아무 일자리나 갔다가 뼈빠지게 일하고 해고되면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는 수밖에 안 남을 테니까.


숫자만 쫓는 사이에 사람들은 죽어 간다. 그럼 결국 숫자도 무너진다. 사람을 살리면서 숫자를 쌓아가는 거,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4~50평 짜리 집 10채를 파는 것보다 작은 집 한 채라도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일, 80만원 짜리 비정규직이냐 300만원 짜리 근사한 직장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150만원이라도 좋으니 안정적인 직장을 늘리는 일, 숫자 쌓는 방식을 이렇게 바꾸자.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지금의 우리들은...



최근 시간이 없어서 블로그질을 자제 중인데......너무 답답해서 휘갈겨 씀. 아아- ㅜㅜ

by 핀투리키오 | 2009/02/17 00:10 | 세계에 말을 걸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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